고르곤졸라 치즈의 매력에 빠지다
제 블로그를 좀 오래 봐오신 분이라면 제 음식 취향이 매우 단순 무식해서 매운 것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MSG를 설탕처럼 핥아댄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눈치채셨을 겁니다. 거기다 조선 시대 취향 비슷해서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버터나 치즈를 볼 때마다 괴로와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출장에서 기묘한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출장지의 호텔에서 뷔페식 아침 식사를 하다가 무심코 치즈 플래터를 집어 들었는데요. 플래터에 놓여있던 서너가지 치즈 중 한가지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겁니다. 녹색의 곰팡이가 슬어있는 이 치즈는 일반적인 치즈들보다 더 구린 냄새를 풍기면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았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똥냄새라고 질색하던 평소와는 달리 그게 별로 괴롭지가 않더라는거죠.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이탈리아산 블루 치즈의 일종으로 이름이 고르곤졸라 치즈라고 합니다. 혹시 내가 뭔가 착각하나 싶어서 치즈 플래터를 하나 더 가져다 먹어보았습니다.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맛과 느낌......

그 이름을 잘 외워두었다가 어제 새로 생긴 홀푸드 마켙을 방문할 때 치즈 섹션에서 조그마한 덩어리 하나를 샀습니다. 그리고 저렴한 독일산 리슬링 와인도 한 병도 들고 왔지요.

그리고 저녁을 먹고 여유있게 조그맣게 치즈 조각을 자르고 리슬링 와인을 따서 맛을 보고 있습니다. 고르곤졸라는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맛이 강렬합니다. 녹색의 곰팡이도 더 많이 슬어 있고 조금 더 단단한 것으로 보아 숙성도 더 오래된 듯 하네요. 리슬링 와인과 그다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치즈의 맛이 워낙 강렬해서 리슬링의 가볍고 활달한 단맛을 덮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와인은 와인대로, 치즈는 치즈대로 맛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18세 인생 처음으로 치즈의 맛에 빠져드는 순간이네요. 이러다 언젠가 로끄뽀르 치즈까지 손대는 건 아닌가 몰라요.
by 루스 | 2007/09/18 12:48 | 음식 그리고 음식점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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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르 at 2007/09/18 12:54
저도 고르곤 졸라 치즈 좋아해요~ 특히 고르곤 졸라 피자는 정말 그 따끈따끈 꼬리꼬리한 맛이 감동 ㅠ_ㅠ
Commented by 향이 at 2007/09/18 13:19
고르곤졸라 맛있죠... 곰팡이 핀 치즈중에서 제일 친숙하게 먹을수 있달까?
Commented by 까날 at 2007/09/18 13:38
참 험난한 길에 들어서셨군요...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9/18 15:16
...왜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는건가요!!!!!!!!
미성년자 음주는 불법입니다! (....)
Commented by 이안。. at 2007/09/18 17:39
기불이님과 동갑이신겁니까!
전 푸른곰팡이 치즈는 새로 지은집의 시멘트냄새같은 향이 영 적응이 안됩니다....
Commented by NINA at 2007/09/18 18:33
고르곤졸라를 비롯한 치즈만 잔뜩 얹어 구운 피자, 꿀에 찍어먹으면 환상입니다 ㅠ_ㅠ
Commented by cain at 2007/09/18 19:22
18세 인생 처음으로... 쿨럭;
Commented by like at 2007/09/19 12:26
홀푸즈의 고르곤졸라라면 진짜 고르곤졸라였으니 당근 맛있었겠네요(흑,,전 동네 피자집에서 고르곤졸라 피자를 시켰더니, 특유의 콤콤한 발냄새가 하나없는 피자가 나오던데->더 심각한건 찍어먹으라고 나온꿀은 인삼꿀이었다는거)
Commented by 도연 at 2007/09/19 23:45
왠지 그 이름부터 포스가 만만치 않아 시도조차 못해봤어요. -.-
스르르 녹는다.. '고르곤졸라'라는 이름은 어쩐지 씹는 맛이 느껴지는데 말이에요.
: )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7/09/20 02:07
어허 저는 19세입니다.
Commented by 루스 at 2007/09/20 05:00
이름도 특이한 치즈라고 생각했는데, 뜻 밖에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셨군요. 왠지 그리스 신화에 나와야 할 것 같지 않나요?

기불이님이 저보다 연배가 아주 위일 듯 하지만, 알고보니 겨우 한 살 차이. 그리고 모르셨나본데 제가 사는 동네는 18세도 음주가능합니다. 쿨럭
Commented by 치오네 at 2007/09/23 20:02
고르곤졸라 피자 맛있어요!의 대열에 저도 살짝 동참해 봅니다. 고르곤졸라 치즈 피자... 생각나네요. 꿀은 못 먹어서 같이 나오는 꿀은 쳐다만 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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